28년 전 ‘김숙자소아과’를 개원했을 때의 일이다. 초겨울이었는데, 눈망울이 유난히 큰 생후 5개월 된 수아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진료실에 들어왔다. 태어날 때는 정상이었는데 또래 아이에 비해 성장이 느려서 청주에 있는 성모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좋아지지 않아 퇴원 후 걱정스런 마음에 찾아왔다고 했다.
아기는 5개월이지만 출생 시의 몸무게에서 전혀 자라지 않은 상태였다. 자라지 않는 원인이 성장에 필요한 호르몬에 이상이 있어서일까 하는 생각에 피 한 방울을 혈액 여지에 묻혀서 말린 다음 갑상선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 갑상선 홀몬은 측정이 되지않을 정도로 낮고 뇌하수체 갑상선 자극호르몬은 100보다 높아 측정할수 없었다(정상은 10 이하). 갑상선 호르몬 생산이 낮으면 뇌하수체의 갑상선을 자극시키는 호르몬인 TSH가 증가하게 된다. 선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로 진단이내려졌다.
즉시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서 키와 몸무게, 머리둘레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어느새 또래 평균 수치로 따라잡았다. 하지만 신체의 성장과는 다르게 지능 발달은 다소 늦은 편이었다. 낯가림이 심했고, 내원할 때마다 갑상선 검사를 위해 혈액을 채취할 때엔 주사 바늘을 찌르기도 전에 병원이 떠나가라 울어 댔다. 하지만 수아를 치료시키겠다는 가족의 의지가 강해서 수아 엄마가 오지 못할 때에는 수아 외할아버지가 아이를 데려와서 열심히 치료를 받았다. 그 후 핵의학 검사로 갑상선 검사를 시행해 본 결과, 선천적으로 갑상선이 거의 없어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 받아야 했다. 대부분의 갑상선 기능저하는 일시적인 것이 많아 삼 년 정도 치료를 하고 적응 능력에 따라 갑상선 호르몬 투여를 중단하지만, 수아는 평생 먹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수아 부모가 많이 마음 아파했다. 수아 엄마는, 갑상선 조직을 이식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부족한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내 말에 순순히 따라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의 정신 지체에 마음이 급해진 수아 엄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병원들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 같았다. 태어나자마자 갑상선 호르몬을 즉시 투여 받았다면 정상으로 자랐을 텐데 5개월이나 늦게 치료를 해서 뇌에 장애를 입은 것이다. 부모의 무지로 인해 수아의 병을 일찍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수아 엄마는 괴로워했다.
수아부모님은 희망을 놓지 않고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해 봐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수아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시켜가며 조기교육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런 피눈물 나는 노력 덕분에 아이는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수아 엄마는 수아와 . 수아 위로 오빠가 있었지만 수아 만큼 신경을 써줄 수 없었다. 다행히 수아 오빠는 여동생을 위해 많은 걸 양보해 줄 만큼 이해심이 많았다. 한집에 아픈 아이가 있으면 이렇게 다른 가족들의 양보와 희생이 따르게 된다.
수아는 언제부터인가 합성갑상선 호르몬에 대한 내성이 생겼는지 검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정부 검사센터에 내가 직접 가서 조언을 구했지만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었다. 생각 끝에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갑상선 호르몬 추출약을 구했다. 미국에서 통용되는 처방전을 쓰기 위해선 나의 미국 의사면허증을 유지하기 위하여 아직도 10년마다 미국 소아과 전문의시험을 반복해서 보고있다.
수아 부모의 아낌없는 정성과 노력 덕분에 수아는 성장과 발달이 모두 좋아져서 또래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수아 엄마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수아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서 교육시키면 어떨지를 고민했다. 그 즈음 나는 선천성질환에 대한 유전학적 공부를 하기 위해서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유전학 전임의로 있었다. 이 사실을 알자 수아 엄마는 수아를 데리고 미국까지 찾아와서 나와 함께 전문기관을 찾아다니며 상담도 받고 다방면으로 알아보았다. 상담결과 미국에서도 수아의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수아 엄마는 수아를 중국 베이징으로 유학 시키기 위해 엄마가 이사를 갔다. 수아 엄마는 낯설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 직접 중국어를 배우며 딸의 뒷바라지를 했다. 맹자엄마가 아들을 위해 이사 간 것과 비슷한 사연이다. 수아 아빠는 수아 엄마가 이런 고민과 결정을 할 때마다 전적으로 믿고 따라 주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아는 생각보다 중국어를 잘 배우고 성적도 뛰어났다.
1997년 7월, 하버드에서의 유전학 수련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이틀째 되는 날 나는 뇌출혈로 쓰러져 일주일 뒤에 수술을 받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나를 지도해 주었던 주임교수가 연락을 받고 급히 한국으로 찾아와 주었다. 다행히 신경외과 의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그때 수아도 꽃을 한 아름 안고 병문안을 와 주었다.
사진을 통해 어린 여학생으로만 여겨지던 수아는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다. 처음 우리 병원에 찾아왔을 때의 커다란 눈망울 아기가 자라서 벌써 9살이 된 것이다.
2007년 5월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북경대학에 입학했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수아의 부모만큼이나 감격스러웠다. 가끔 많이 아프다는 이메일을 받을 때면 금방이라도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다. 사춘기가 되면서 수아는 자기가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 원망을 하며 치료약을 거부한 적도 있고, 다이어트를 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엔 잘 견뎌내서 북경대학 중국어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한 번은 북경에서 대사질환학회가 열려서 북경에서 수아에게 연락을 했더니 단숨에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나에게 하루 종일 북경 관광을 시켜 주었다.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나를 대하는지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했다.
지금도 내 컴퓨터 파일 하나에는 수아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가끔 들여다보곤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어느 날엔 꿈에서 내가 자기를 딸로 삼아 기뻤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 언젠가는 갑자기 제주도에서 수아 이름으로 귤 박스가 온 적도 있다. 깜짝 놀라서 알아보니, 수아가 제주도에서 중국어 교사로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동료 교사와 함께 우리 병원을 찾아오기도 했다. 자주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근황을 알려 주는 것이 정말 고맙다. 그뿐 아니라 한국유전학연구소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 그걸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준다. 아기 때부터 시작한 인연이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지다 보니 수아가 어느새 내 친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수아를 보면 마음이 더 애잔하다. 늘 씩씩하게 행동은 하지만 자신에게 갑상선이 없다는 생각으로 삶에 위축이 들까 봐 걱정된다.
이제 수아가 28살이 된다. 좋은 남편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수아야, 나에게 니가 있어서 행복하다. 널 정말 사랑한다."
선천성 갑상선 기능저하 아기를 가진 어머니께서 하신 질문
여기서 끝가지 다 치료할 수 있는지?, 정상적인 발육을 할 수 있는지?, 게워내면 한번 더 주나? 남은 양은 자연배출 된다는데 사실인가?, 피곤에 절어있거나 한가?, 일사적인 놀이나 여행이나 야외활동 가능한가?, 음식등 가려야하나?(미역국이나 김 같은 것),
T3 T4 TSH 등 여러 호르몬이 있던데 왜 약은 한가지인가 인터넷에 T4 T3 얘기가 많고 TSH 얘기가 드물고 수치도 다르던데 아기가 안전한가?, 숫자가 높으면 항진증처럼 느껴지는데 왜 저하증인가?, 체온조절이 엄청 중요하다던데 갑상선 염증이 될 수 있다고 하는가?
갑상선
우리 목 앞 쪽에 갑상선이 있는데 태아때는 혀 아래에 있다가 목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는다. (때로는 혀아래에 갑상선이 목으로 내려오지 못해 갑상선 기능저하에 빠지기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은 태아때와 출생 후에 정상 뇌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생기때는 엄마의 갑상선호르몬의 영향을 같이 받지만 출생 이후에는 아기 자신의 갑상선 호르몬이 있어야 하며 어떤 원인으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할 경우 뇌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어 돌이킬수 없는 뇌장애 및 정신지체를 초래할 수 있다.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T3와 T4가 있다. T3와 T4는 서로 전환되기도 하며 T3가 T4보다 더 강한 호르몬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할 경우 뇌하수체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분비되어 갑상선으로부터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도록 자극을 준다. 갑상선 기능 저하가 있는 아기는 갑상선 호르몬(T4)은 낮고 뇌하수체 갑상선 호르몬(TSH)은 증가하게 된다. 즉, 갑상선 기능저하(T4) 아기에게서는 선천대사질환검사상 T4는 낮고 TSH는 증가하는 것이 진단적인 단서가 된다. 그러나 갑상선 호르몬을 운반하는 단백질(TBG)이 있어 갑상선 호르몬이 낮을 경우 단백질만 낮은 것인지 유리갑상선 호르몬 모두 낮은 것인지 감별이 필요하며 이런 감별은 갑상선 기능저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저하 되었을 경우 조기진단과 치료가 아기의 뇌지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료가 늦을수록 아기가 겉으로 아파보이지는 않지만 지능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조기에 갑상선 호르몬 투여를 할 경우에 아기는 정상적으로 성장하며 조기에 치료할 경우 정상지능을 유지할 수 있다."
28년 전 ‘김숙자소아과’를 개원했을 때의 일이다. 초겨울이었는데, 눈망울이 유난히 큰 생후 5개월 된 수아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진료실에 들어왔다. 태어날 때는 정상이었는데 또래 아이에 비해 성장이 느려서 청주에 있는 성모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좋아지지 않아 퇴원 후 걱정스런 마음에 찾아왔다고 했다.
아기는 5개월이지만 출생 시의 몸무게에서 전혀 자라지 않은 상태였다. 자라지 않는 원인이 성장에 필요한 호르몬에 이상이 있어서일까 하는 생각에 피 한 방울을 혈액 여지에 묻혀서 말린 다음 갑상선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 갑상선 홀몬은 측정이 되지않을 정도로 낮고 뇌하수체 갑상선 자극호르몬은 100보다 높아 측정할수 없었다(정상은 10 이하). 갑상선 호르몬 생산이 낮으면 뇌하수체의 갑상선을 자극시키는 호르몬인 TSH가 증가하게 된다. 선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로 진단이내려졌다.
즉시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서 키와 몸무게, 머리둘레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어느새 또래 평균 수치로 따라잡았다. 하지만 신체의 성장과는 다르게 지능 발달은 다소 늦은 편이었다. 낯가림이 심했고, 내원할 때마다 갑상선 검사를 위해 혈액을 채취할 때엔 주사 바늘을 찌르기도 전에 병원이 떠나가라 울어 댔다. 하지만 수아를 치료시키겠다는 가족의 의지가 강해서 수아 엄마가 오지 못할 때에는 수아 외할아버지가 아이를 데려와서 열심히 치료를 받았다. 그 후 핵의학 검사로 갑상선 검사를 시행해 본 결과, 선천적으로 갑상선이 거의 없어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 받아야 했다. 대부분의 갑상선 기능저하는 일시적인 것이 많아 삼 년 정도 치료를 하고 적응 능력에 따라 갑상선 호르몬 투여를 중단하지만, 수아는 평생 먹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수아 부모가 많이 마음 아파했다. 수아 엄마는, 갑상선 조직을 이식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부족한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내 말에 순순히 따라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의 정신 지체에 마음이 급해진 수아 엄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병원들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 같았다. 태어나자마자 갑상선 호르몬을 즉시 투여 받았다면 정상으로 자랐을 텐데 5개월이나 늦게 치료를 해서 뇌에 장애를 입은 것이다. 부모의 무지로 인해 수아의 병을 일찍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수아 엄마는 괴로워했다.
수아부모님은 희망을 놓지 않고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해 봐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수아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시켜가며 조기교육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런 피눈물 나는 노력 덕분에 아이는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수아 엄마는 수아와 . 수아 위로 오빠가 있었지만 수아 만큼 신경을 써줄 수 없었다. 다행히 수아 오빠는 여동생을 위해 많은 걸 양보해 줄 만큼 이해심이 많았다. 한집에 아픈 아이가 있으면 이렇게 다른 가족들의 양보와 희생이 따르게 된다.
수아는 언제부터인가 합성갑상선 호르몬에 대한 내성이 생겼는지 검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정부 검사센터에 내가 직접 가서 조언을 구했지만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었다. 생각 끝에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갑상선 호르몬 추출약을 구했다. 미국에서 통용되는 처방전을 쓰기 위해선 나의 미국 의사면허증을 유지하기 위하여 아직도 10년마다 미국 소아과 전문의시험을 반복해서 보고있다.
수아 부모의 아낌없는 정성과 노력 덕분에 수아는 성장과 발달이 모두 좋아져서 또래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수아 엄마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수아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서 교육시키면 어떨지를 고민했다. 그 즈음 나는 선천성질환에 대한 유전학적 공부를 하기 위해서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유전학 전임의로 있었다. 이 사실을 알자 수아 엄마는 수아를 데리고 미국까지 찾아와서 나와 함께 전문기관을 찾아다니며 상담도 받고 다방면으로 알아보았다. 상담결과 미국에서도 수아의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수아 엄마는 수아를 중국 베이징으로 유학 시키기 위해 엄마가 이사를 갔다. 수아 엄마는 낯설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 직접 중국어를 배우며 딸의 뒷바라지를 했다. 맹자엄마가 아들을 위해 이사 간 것과 비슷한 사연이다. 수아 아빠는 수아 엄마가 이런 고민과 결정을 할 때마다 전적으로 믿고 따라 주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아는 생각보다 중국어를 잘 배우고 성적도 뛰어났다.
1997년 7월, 하버드에서의 유전학 수련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이틀째 되는 날 나는 뇌출혈로 쓰러져 일주일 뒤에 수술을 받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나를 지도해 주었던 주임교수가 연락을 받고 급히 한국으로 찾아와 주었다. 다행히 신경외과 의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그때 수아도 꽃을 한 아름 안고 병문안을 와 주었다.
사진을 통해 어린 여학생으로만 여겨지던 수아는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다. 처음 우리 병원에 찾아왔을 때의 커다란 눈망울 아기가 자라서 벌써 9살이 된 것이다.
2007년 5월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북경대학에 입학했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수아의 부모만큼이나 감격스러웠다. 가끔 많이 아프다는 이메일을 받을 때면 금방이라도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다. 사춘기가 되면서 수아는 자기가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 원망을 하며 치료약을 거부한 적도 있고, 다이어트를 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엔 잘 견뎌내서 북경대학 중국어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한 번은 북경에서 대사질환학회가 열려서 북경에서 수아에게 연락을 했더니 단숨에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나에게 하루 종일 북경 관광을 시켜 주었다.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나를 대하는지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했다.
지금도 내 컴퓨터 파일 하나에는 수아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가끔 들여다보곤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어느 날엔 꿈에서 내가 자기를 딸로 삼아 기뻤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 언젠가는 갑자기 제주도에서 수아 이름으로 귤 박스가 온 적도 있다. 깜짝 놀라서 알아보니, 수아가 제주도에서 중국어 교사로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동료 교사와 함께 우리 병원을 찾아오기도 했다. 자주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근황을 알려 주는 것이 정말 고맙다. 그뿐 아니라 한국유전학연구소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 그걸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준다. 아기 때부터 시작한 인연이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지다 보니 수아가 어느새 내 친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수아를 보면 마음이 더 애잔하다. 늘 씩씩하게 행동은 하지만 자신에게 갑상선이 없다는 생각으로 삶에 위축이 들까 봐 걱정된다.
이제 수아가 28살이 된다. 좋은 남편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선천성 갑상선 기능저하 아기를 가진 어머니께서 하신 질문
여기서 끝가지 다 치료할 수 있는지?, 정상적인 발육을 할 수 있는지?, 게워내면 한번 더 주나? 남은 양은 자연배출 된다는데 사실인가?, 피곤에 절어있거나 한가?, 일사적인 놀이나 여행이나 야외활동 가능한가?, 음식등 가려야하나?(미역국이나 김 같은 것),
T3 T4 TSH 등 여러 호르몬이 있던데 왜 약은 한가지인가 인터넷에 T4 T3 얘기가 많고 TSH 얘기가 드물고 수치도 다르던데 아기가 안전한가?, 숫자가 높으면 항진증처럼 느껴지는데 왜 저하증인가?, 체온조절이 엄청 중요하다던데 갑상선 염증이 될 수 있다고 하는가?
갑상선
우리 목 앞 쪽에 갑상선이 있는데 태아때는 혀 아래에 있다가 목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는다. (때로는 혀아래에 갑상선이 목으로 내려오지 못해 갑상선 기능저하에 빠지기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은 태아때와 출생 후에 정상 뇌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생기때는 엄마의 갑상선호르몬의 영향을 같이 받지만 출생 이후에는 아기 자신의 갑상선 호르몬이 있어야 하며 어떤 원인으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할 경우 뇌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어 돌이킬수 없는 뇌장애 및 정신지체를 초래할 수 있다.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T3와 T4가 있다. T3와 T4는 서로 전환되기도 하며 T3가 T4보다 더 강한 호르몬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할 경우 뇌하수체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분비되어 갑상선으로부터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도록 자극을 준다. 갑상선 기능 저하가 있는 아기는 갑상선 호르몬(T4)은 낮고 뇌하수체 갑상선 호르몬(TSH)은 증가하게 된다. 즉, 갑상선 기능저하(T4) 아기에게서는 선천대사질환검사상 T4는 낮고 TSH는 증가하는 것이 진단적인 단서가 된다. 그러나 갑상선 호르몬을 운반하는 단백질(TBG)이 있어 갑상선 호르몬이 낮을 경우 단백질만 낮은 것인지 유리갑상선 호르몬 모두 낮은 것인지 감별이 필요하며 이런 감별은 갑상선 기능저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저하 되었을 경우 조기진단과 치료가 아기의 뇌지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료가 늦을수록 아기가 겉으로 아파보이지는 않지만 지능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