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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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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않으면 간이 붓는 아이(지방산 대사질환)

관리자
2021-11-18
조회수 1106

 미국의 하버드대학 부속병원에서 유전학 전임으로 근무하던 시절, 환자와 하루를 함께 보내면서 공복 테스트(fasting test)를 해야 했었다. 대개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매일 음식을 먹는다. 배가 고파서 먹기도 하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하루에 2∼3번의 끼니를 챙겨 먹고 있다. 그러다 가끔은 경우에 따라 하루 이상 음식을 입에 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극소수의 어떤 사람들은 그럴 때 심각해진다. 불안해하고 땀을 흘리고 그러다가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경련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설명을 주임교수로부터 듣기는 했지만 테스팅 전에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과 자료를 찾아보았다. 세상에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병과 증상들이 있다는 걸 새삼 알았다.

1995년 8월의 늦은 여름 어느 날, 여덟 살이 된 제키는 보스턴에 있는 아동병원에 아빠와 새엄마와 함께 검사를 받기 위해서 하비 리비 의사를 찾아왔다. 제키는 태어나서 3개월이 되기도 전에 한 차례 혼수상태에 빠졌었다가 회복된 아이였다. 그 당시 아이의 혈당이 검사실에서 측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그 원인을 여러 방법으로 검사를 했어도 밝혀낼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열 번 넘게 반복되어서 혼수상태에 빠질 때마다 뇌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아이는 모든 면이 정상아들에 비해 부족했다. 걸음을 걸을 때에도 비틀거렸고 손동작도 부자연스러웠다.

그래서 그때 내가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살펴야 했던 게 아이가 공복 상태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하는 거였다. 입원 당시 모든 기초검사가 끝나고 수액이 준비되고 혈관에 튜브가 꽂혀 있어 어느 때고 검사가 가능하도록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날 아침에 실험을 위해 들고 있던 사탕을 빼앗자 아이가 화를 내면서 소란을 피웠다. 아이를 달래면서 아이의 공복상태를 지켜보았다. 공복 6시간이 지나면서부터 하비와 나는 아이 옆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지켜보면서 30분마다 혈당 측정을 하였다.
아이는 공복 전엔 간 효소 수치가 정상이었다. 그런데 12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병실에 불을 켜지 못하게 하였고 불만 켜면 불안해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안절부절 못하였다. 14시간 이후부터는 간이 만져지기 시작했고 갈비뼈 밑이 불룩하며 간 효소 수치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간의 크기가 매시간 다르게 커지기 시작하여 배가 불룩하였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다가 20시간이 지나자 급격히 혈당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간 효소 수치가 정상이던 공복 전과 비교해 50배 이상 상승하였다. 이때부터 정맥 포도당 주사가 시작되었으며 지속적으로 소변과 혈액검사가 이루어졌다.

그러자 혈당이 상승하면서 간수치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흘리던 땀도 멈추었고 갈비뼈 아래로 만져지던 간의 크기도 잘 만져지지 않았다. 초음파로 본 간의 변화는 급성으로 지방간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급히 간이 부었다 빠졌다 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심장병이 없는 환자에서는 처음이었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나자 아이는 피곤해 보였다. 간 기능 검사 수치가 200 정도로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는데 아이는 떼를 쓰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보챘다. 먹지도 못한 채 하루 종일 검사에 시달리고 있으려니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그렇지만 식욕이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퇴원을 시키는 게 불안했다.
퇴원은 아직 위험하다고 부모에게 충분히 설명했지만 아이의 성화에 못 이긴 부모는 일단 퇴원을 해서 집에 가면 아이에게 열심히 자주 먹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어쩔 수 없이 퇴원을 허락했더니 그날 저녁에 아이가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가 마침내 토하고 몸이 늘어지기 시작해서 집 가까운 병원에 입원을 했다. 다음날 입원한 병원으로 연락을 해보니 간수치가 5000(정상은 50이하)이 넘는다고 했다. 그 동안 많은 환자들을 보았지만 그렇게 높은 건 처음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미국처럼 고소를 잘 하는 나라가 없는데 내게 퇴원을 허락한 책임을 묻겠구나 싶었다. 걱정이 되어 소화기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했다. 의외로 그는 껄껄 웃으면서 절대로 죽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퇴근하라고 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그가 말했다. 간수치가 아무리 높아도 황달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었다. 간수치와 황달 발생의 유무를 통해 생명의 위험도를 판단할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배운 날이었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왔다가 미국에 잠깐 들를 기회가 있어서 제키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제키는 그새 키가 훤칠하게 자라 있었고 학교에도 잘 다니고 있었다. 그 동안 별로 아프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손에는 음료수 병을 들고 있었는데, 2리터 정도의 페트병을 늘 갖고 다니면서 마시는데 하루에 3병 정도라고 했다. 잘 자라고 있는 제키를 보자니 대견하면서도 보스턴 아동병원에서 제키의 퇴원을 허락했다가 제키의 혈당이 떨어져서 가슴을 쓸어내렸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일이 교훈이 되어서 환자의 퇴원을 결정하는 데에 더 신중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섭취된 음식에서 에너지공급을 받는다. 먹은지 4시간이 지나면 간에 저장되어있는 글리코겐을 사용하여 2시간정도 더 에너지 유지가 가능하다. 식후 6시간이 지날경우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우리 몸을 유지한다. 그러나 지방을 이용하지 못하는 지방산대사이상이 있을경우, 6시간이상의 긴 공복이 있을경우 간기능이 급격히 나빠지고 뇌손상을 받게된다.
이런 병을 가진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는 자주 먹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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